책소개
마을을 감싼 험준한 천왕봉 아래 양씨와 최씨의 집이 대칭으로 서 있다. 그녀들은 좌익과 우익에게 각각 아들과 사위를 잃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고립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마을 밖은 가난과 성적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세계로서 의미를 지니며, 젊은 여성들은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한다.
산에서 탈출해 마을로 숨어 들어온 인민군 규복을 점례가 대밭에 숨겨 주고 사월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점례와 사월에게 은폐되어 있던 욕망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진다. 산을 장악한 세력이 다시 바뀌고 사월이 임신했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국군이 대밭을 태우며 기관총을 난사해 규복을 사살한다. 이때 곧 사월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무대에 전달된다. 규복과 사월의 죽음으로 점례는 규복과 관계를 숨길 수 있게 되었지만 심각한 정신적 파괴를 겪는다.
작품은 계절 순환과 애욕, 임신, 죽음으로 이어지는 긴장감 있는 서사 전개가 맞물리며 커다란 비극적 효과를 거둔다. 마지막 장면에서 들려오는 기관총 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 그리고 대나무 밭에 불붙는 소리 등 대밭을 비롯해 마을이 파괴되는 소음과 대밭을 태우는 산불은 점례의 내면 상태와 맞물린다. 이는 개인의 원초적인 욕망조차 억압하는 전쟁의 잔혹함과 이데올로기의 공허함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200자평
전쟁 때문에 고립된 채 여자들만 남은 마을을 배경으로 그녀들의 성적 욕망 좌절을 통해 전쟁의 비극성을 드러낸 작품이다. 1962년 12월 25일부터 29일까지 이진순 연출로 국립극단이 국립극장에서 공연했으며, 1963년 5월부터 7월까지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다.
지은이
차범석은 1924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밀주>가 입선, 이듬해 <귀향>이 당선하면서 정식으로 등단했다. 이후 극작 기간 50여 년 동안 <불모지>(1958), <산불>(1962), <환상 여행>(1972), <학이여 사랑일래라>(1981), <꿈 하늘>(1987) 등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과 사회성을 지닌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 사실주의 극 정착에 기여했다. 1956년 김경옥, 최창봉 등과 함께 제작극회를 창단해 소극장 운동을 주도했다. 1963년 극단 산하를 창단하고 1983년까지 대표를 지내면서 수많은 창작극을 공연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70), 성옥문화예술상(1980), 대한민국연극제희곡상(1981), 대한민국예술원상(1982) 등을 수상했다. 2006년 타계했다.
차례
登場人物
第一幕
第二幕
第三幕
第四幕
第五幕
<山불>은
차범석은
책속으로
부녀 甲: 무슨 일이야?
梁氏: (시무룩해지며)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저 대밭이 어떤 대밭이라고.
부녀 乙: 아니 대밭이라니?
梁氏: 글쎄 저 뒷산에 있는 우리 대밭에 불을 지르겠으니 그리 알라는 거야.
쌀례네 그건 또 왜요?
사병 甲: 여러 아주머니들도 잘 아시겠지만 앞으로 대대적으로 공비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공비들이 숨을 수 없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때 환히 보일 수 있어야만이….